인생사전계약 번역어

make

‘make’는 ‘만들다(만들어내다, 만들어가다)’로 번역합니다. ‘권력[힘]을 향한 의지’(der Wille zur Macht)로 번역되는 니체의 표현 중 ‘Macht’처럼 상황을 자기 의지대로 창조해내려는, 즉 ‘지어내는’ ‘짓는’ 메커니즘을 말합니다. 이를테면 빵을 먹고 싶은 사람이 누군가 돌연 빵을 사서 가져오는 상황이 어찌해서든 벌어지게 ‘만들어내는’ 메커니즘이 바로 ‘make’입니다. 니체의 (사실상 남을 배후조종해서 상황을 지어내는 권력라는 의미인) ‘Macht’는 칸트가 말하는 근원력[Grund Kräfte_상황이 자연스럽게 펼쳐지게 하는 힘]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해 만들어낸 것입니다. 

have

‘갖고 있다’의 ‘have’는 칸트가 말하는 가능성(Möglichkeit)을, 즉 현존(Dasein)의 가능성과 [그것을 사용할 기회라는] 필연성(Notwendigkeit)을 말합니다. 이를테면 ‘have the courage’는 ‘용기를 내다’가 아니라 ‘용기를 갖고 있다’는 뜻입니다. 즉, ‘용기를 낸다’는 것이 아니라 용기를 내야 할 상황이 주어질 때 그 용기를 결국 발휘하게 될 ‘용기를 갖고 있다’는 뜻입니다. 

There is

‘현존한다’로 번역된 ‘There is’는 칸트가 말하는 ‘Da sein’, 즉 현존재로 번역되기도 하는 ‘Dasein’입니다. 이를테면 ‘It is my book.’처럼 책의 주인공이 밝혀진 상태가 ‘실존한다’(exist)는 의미이고, ‘There is a book’처럼 책의 주인공이 밝혀지지 않은 상태가 바로 ‘현존한다’(dasein)의 의미입니다. 따라서 본문 중 ‘현존’이라는 표현은 대상이 오감으로 인식되지만, 그 대상이 있는 실체적인 이유가 아직 밝혀지지 않은 상태(이 상태를 수운은 ‘불연[不然]’이라고 하고, 칸트는 ‘순수하다[rein]’고 함)라고 보면 됩니다.

in general

일반(in general)’에 관련해, 일반적인 ‘판단력’이 대개 사물을 논리나 기준 등에 따라 판정할 수 있는 능력인데 반해, [칸트가 말하는] ‘판단력 일반(Urteil‐skraft überhaupt)’은 ‘특수한 것을 공통적인 것 아래에 함유되어 있는 것으로 생각하는 능력’이라고 합니다. 이를테면 ‘일반적인 학교’는 외포적인 학교 중 특수한 학교가 아닌 본보기가 되는 학교이고, ‘학교 일반’이란 것은 똑같은 내용을 가르치는 학교의 내포적인 속성을 말합니다. 이를테면 일반적인 학교가 싫다는 것은 특수학교나 대안학교가 좋다는 의미이고, 일률적으로 가르치는 학교 시스템 자체를 싫어할 시 학교 자체가, 즉 학교 일반이 싫다고 표현합니다.

preoccupation

‘preoccupation’은 기존의 번역어인 [대상에 대한] ‘선입견’이 아니라 화두처럼 특정 상황에서 [의식적이든 무의식적이든] 먼저 떠올리는 생각, 즉 ‘선-생각’을 지칭합니다. 이를테면 술에 중독된 상태에서는 대다수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맨 먼저 ‘오늘 어떻게 해야 술을 마실 수 있지!’, 아니면 ‘오늘은 어떻게 술을 마실 거리를 만들어내지!’라고 떠올립니다. 이런 상태를 ‘선-생각’이라고 합니다. 

interest

‘interest’는 ‘이익과 손해의 선택’을 지칭하는 ‘이해관계’와 그 ‘이해관계를 제시하다’로 번역했고, ‘흥미로운’으로 번역된 ‘interesting’은 그 이해관계의 대상에 관심을 두기로 정한 후 호기심을 통해 결국 뜻을 이뤄가는 흐뭇한 상태를 말하며, ‘interested’는 이해관계에서 선택한 것을 대상으로 ‘관심을 둔다’는 것을 말합니다. 이것은 붓다가 말하는 소위 식주(識住, viññáṇassaṭhitiyā), 즉 식(識)이 머무는 대상을 자신의 것으로 만들어내기 위해 집착하는 것을 말합니다. 같은 맥락에서 ‘Interesting’도 ‘흥미로운’뿐만 아니라 ‘호기심을 자극하는’ 혹은 ‘이해관계를 제시하는’으로 번역합니다. 

development

‘development’는 일회성의 ‘개발’이 아니라 ‘단계적으로 발전시킨다’는 의미로 계발(階發)이라고 합니다. 

capacity

‘수용력’이라고 번역한 ‘capacity’는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간에 역량을 한 단계 끌어올리기 위한 기회에 마음을 여는 능력을 말합니다. 

loved one

‘loved one’은 대개 사랑하는 사람(loving one)이라고 하는데, 원래의 의도는 ‘나를 사랑해주는 당신’ = ‘당신의 사랑을 받는 내가 인정하는 당신’을 의미합니다. 이것은 사실상 조건적인 사랑을, 즉 ‘네가 나를 사랑하면 내가 너를 사랑하겠다’는 의미입니다. 

mate

일명 ‘소울메이트’로 알려지기도 한 ‘mate’는 선악 호오를 넘어서 자신의 삶에 개입하는 남녀노소 누구든 상대방이 되는 ‘타자’를 지칭합니다. 불교식으로 ‘인연(因緣)자’인데, ‘동무’라고 했습니다.

art

‘art’는 기능적인 기술(skill)과 구별해서, 예술 작품이 장기적으로 공들여서 만들어(craft)야 하는 것이어야 하듯이 ‘예술’이라고 번역했습니다. 사랑도 단기적인 기법이 아닌 상당한 단련을 요구한다는 점에서 ‘The art of Loving’은 ‘사랑의 기술’이 아니라 ‘사랑의 예술’이 적절합니다. 

real really realistic

‘real’과 ‘really’는 생각이나 말로만이 아니라 실제 되어 있는 실상(實相)의 상태라는 의미로 ‘실상의’, ‘실상적인’으로 번역했습니다. 이를테면 엄마가 ‘자녀 교육 지원’을 내심 남들에게 자랑하거나 자신의 미래를 위한 보험을 들기 위한 수단으로 여기고 있다면, 이런 행태가 바로 이 분의 ‘실상적인(really)’ 모습, 즉 자식을 사육하는 데 실상화된(realistic) 나쁜 엄마인 셈입니다.